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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부. 결국 결국 우리는 헤어졌다

[2부] 아이의 마음을 생각하며 망설이는 시간

by 이별나그네 2025. 6. 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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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의 마음을 생각하며 망설이는 시간

― 나의 결정이, 너에게 상처가 되진 않을까

나는 이미 알고 있었습니다.
이 관계가 더는 회복되지 않는다는 것.
사랑이 닳고, 말이 상처가 되며,
매일을 같이 살아가지만,
서로에게 더 이상 따뜻함이 남아 있지 않다는 것을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쉽게 결정할 수 없었습니다.

아이.
작고 투명한 마음으로 우리를 바라보는 그 아이.
그 아이 앞에 서면,
어떤 결정도 확신할 수 없었습니다.

아이는 아무것도 모르는 척 하지만

아이의 눈은 언제나 부모를 비춥니다.
말하지 않아도,
아이들은 다 알고 있습니다.
엄마의 한숨, 아빠의 침묵,
둘 사이에 흐르는 차가운 공기,
그리고 웃음 없는 식탁의 분위기까지.

아이 앞에서는 애써 다정하게 웃어보지만,
아이의 눈빛은 이미 불안으로 물들어 있었습니다.
나는 그 눈을 볼 때마다 마음이 무너졌습니다.

이별을 결심했다가도,
다시 돌아섰습니다.
그 아이의 작은 손을 잡을 때면,
"그래도… 조금만 더…" 하고 스스로를 붙잡았죠.

사랑보다 더 큰 책임 앞에서 흔들리는 마음

나는 부모입니다.
누구보다 아이의 안정과 행복을 바라는 사람입니다.
그래서 더 망설였습니다.

혹시 이 이별이
아이에게 씻을 수 없는 상처가 되지는 않을까.
부모가 함께 있어야
아이도 온전하게 자라는 건 아닐까.
이기적인 선택은 아닐까.

하지만 매일의 다툼,
감정이 메마른 집 안에서 자라는 아이는
진짜 온전할 수 있을까요?
말은 하지 않지만,
그 불안정한 공기 속에서
아이도 함께 무너져 가고 있다는 사실을
나는 점점 더 뼈저리게 느꼈습니다.

아이를 위한 결정이란 무엇일까

그래서 나는 스스로에게
수없이 되물었습니다.

정말 이 결정을 후회하지 않을 수 있을까.
이 선택이 아이를 위한 길일 수 있을까.
부모로서의 나와,
한 인간으로서의 나 사이에서
오랜 시간 갈팡질팡했습니다.

그러다 어느 날,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나는 아이에게 어떤 모습을 보여주고 싶은가."

침묵 속에서 지쳐가는 엄마,
무너져가는 관계를 붙잡느라 아파하는 아빠,
그 속에서 불안에 떠는 아이.

아니면,
비록 떨어져 있어도
자신을 지키고, 진심으로 웃을 줄 알고,
진정한 사랑이 무엇인지 말해줄 수 있는
단단한 부모.

나는 후자를 선택하기로 마음먹었습니다.

여전히 망설이지만, 천천히 나아가는 중

결정을 내리고도
여전히 망설임은 남아 있습니다.
아이의 미래를 생각하지 않는 날은 없고,
지금도 나는 수십 번 마음속에서
질문하고, 되물으며 하루를 살아갑니다.

하지만 한 가지는 분명해졌습니다.
이 선택의 중심에는
늘 ‘아이의 행복’이 있었다는 것.
내가 내린 결정은
아이에게 상처를 주기 위한 것이 아니라,
아이와 나, 우리 모두를
서서히 살려내기 위한 것이었다는 것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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