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럼에도 우리는 살아간다
이 글을 쓰는 동안나는 한 사람을 떠올렸고,그 사람과 함께했던 시간들을천천히, 조심스럽게 다시 걸었다.어떤 문장은 눈물 위에서 썼고,어떤 문장은 웃음과 함께 떠올랐으며,또 어떤 문장은 말끝을 망설이다그냥 마음속에 접어두기도 했다.사랑이 끝나고그 사람 없이 맞이한 첫 계절,나는 내가 얼마나 연약한 사람인지 처음 알았다.기억이란 게 이렇게 집요하고,그리움이란 게 이렇게 길게 남는다는 걸그때 처음 배웠다.하지만 그 계절을 지나며나는 또 하나의 진실도 마주하게 되었다.상실은 끝이 아니라,다른 시작으로 나를 데려가는 문이라는 것.울지 않으려 애쓰던 시간,기억을 애써 밀어내던 시간,조심스레 다시 마음을 열던 시간,그리고 누군가와 다시 웃게 된 시간까지—그 모든 순간이 결국 나를더 단단하고 깊은 사람으로 만들어주었다..
2025. 5. 13.
9장. 사랑은 끝나도, 사람은 남는다
이별 후 가장 오래도록 나를 괴롭힌 건그 사람의 부재보다도,그 사람과 함께했던 시간들이 너무나 ‘선명하다’는 사실이었다.잊고 싶다고 다 잊혀지는 게 아니고,그립지 않겠다고 다짐해도어느 순간, 불쑥 찾아오는 기억들이 있었다.유난히 바람이 차가운 날,거리의 벚꽃이 흐드러지게 피어 있던 계절,무심코 흘러나온 그 사람이 즐겨 듣던 노래.모두가 과거로 돌아가려는 타임머신처럼나를 되돌리고 있었다.우리는 ‘사랑’이라는 이름으로서로의 삶 깊숙한 곳에 스며들었다.작은 습관들, 말투, 생각의 흐름까지함께했던 시간 속에 닮아 있었던 우리는,비록 이별이라는 결론 앞에 섰지만그 흔적까지 지워낼 수는 없었다.그래서 나는 생각했다.사랑이 끝났다고 해서그 사람이라는 ‘존재’까지 부정할 수는 없다고.사랑은 감정이지만,사람은 기억이다...
2025. 5. 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