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부] 마음이 무너진 순간

마음이 무너진 순간

― 돌아갈 수 없다는 것을 깨달았을 때

모든 게 괜찮은 듯 흘러가던 어느 날,
그날도 별다를 것 없이 하루가 흘러가는 줄 알았습니다.
햇살은 창가를 적시고,
커피는 익숙한 향을 풍겼고,
우리는 여느 때처럼 대화를 나누었습니다.

하지만 이상했습니다.
너의 말투는 너무도 부드러웠고,
표정은 잔잔했으며,
그 안엔 아무런 기대도, 갈망도 없었습니다.

나는 느낄 수 있었습니다.
더 이상,
너에게 내가 중요한 사람이 아니라는 것을.

너와 나 사이의 공기에서
무언가가 서서히 꺼지고 있었고,
나는 그 변화가
다시는 되돌릴 수 없는 것임을
직감적으로 알았습니다.

무너짐은 갑작스럽게, 조용히 찾아온다

사람의 마음은 그렇게 무너집니다.
거대한 폭풍처럼 요란하게 무너지기보다는,
천천히, 아주 조용하게.
스스로도 인식하지 못할 정도로
차곡차곡 균열이 생기다
어느 순간 ‘더는 안 되겠구나’라는 단순한 한 생각이
모든 감정의 탑을 무너뜨려 버리는 거죠.

그날, 나는 알았습니다.
우리가 이별을 말하지 않았어도
이미 끝나 있었다는 것을.
그 어떤 화해도,
그 어떤 다정한 말도
이제는 마음을 되돌릴 수 없다는 것을.

그 인식 하나가
마음을 송두리째 무너뜨렸습니다.

무너짐은 눈물보다 깊은 고요를 만든다

사람이 정말 아플 땐
눈물이 먼저 흐르지 않습니다.
먼저 오는 건 멍한 침묵과,
그 침묵 속에서 허공을 바라보는 무기력함입니다.

그날, 나는 아무 말도 하지 못했습니다.
단지 고개를 끄덕였고,
입술을 앙다문 채 숨을 삼켰습니다.
그 침묵은 말보다 더 깊은 통증이었고,
나는 그 속에서
내 안의 무너짐을 그대로 느끼고 있었습니다.

모든 것이 허물어지는 그 순간에도
나는 여전히 너를 사랑하고 있었기에,
더 아팠습니다.

사랑해서 무너졌고,
이해하고자 했기에 더 외로웠으며,
끝을 인정했기에 조용히 울 수밖에 없었습니다.

무너짐은 끝이 아니라 시작이었다

그렇게 무너진 마음 위에
나는 조금씩 현실을 쌓아야 했습니다.
마음을 붙잡고,
상처를 들여다보고,
무너진 채로도 하루를 살아야 했습니다.

마음이 무너진 그 순간은,
사랑의 마지막이었지만
나 자신과 다시 시작하는
처음의 순간이기도 했습니다.

모든 감정을 지나
나는 비로소 나를 마주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천천히, 아주 천천히
그 무너짐 위에
나를 다시 세워가기 시작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