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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부. 함께 있어도 외로웠다

[1부] 문제의 원인을 자신에게서 찾으려 함

by 이별나그네 2025. 6. 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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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의 원인을 자신에게서 찾으려 함

내가 부족했기 때문일까

이별의 기척이 느껴질 때,
나는 가장 먼저 나 자신을 탓했습니다.
혹시 내가 덜 노력한 건 아닐까.
내가 너무 많이 기대하고,
너무 자주 서운해했던 건 아닐까.

어쩌면,
조금만 더 이해했다면.
조금만 더 기다려줬다면.
조금만 더 참았더라면…
우리는 달라졌을지도 모른다는
끝없는 가정 속에
나는 나를 가두곤 했습니다.

당신이 멀어지는 이유가
혹시 내 무뚝뚝함 때문은 아니었을까.
내가 보여주지 못한 다정함,
혹은 지나치게 예민한 반응이
당신을 지치게 한 건 아니었을까.

나는 이별의 실마리를
끝내 내 안에서만 찾으려 했습니다.
그게 어쩌면,
당신을 사랑했던 방식이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사랑이 끝날 때, 나는 죄인이 된다

사랑이 끝나면,
나는 이유 없는 죄인이 됩니다.
내가 더 많이 좋아했기 때문에,
내가 더 집착했고,
내가 더 오래 붙잡았기 때문에.

내가 이렇게 아픈 건
내가 잘못해서일 거라고,
그래야 덜 억울하다고,
나는 스스로를 몰아세웠습니다.

밤마다 되짚어보는 수많은 장면들 속에서
나는 항상 실수하고 있었고,
당신은 침묵하거나, 실망하거나,
서서히 등을 돌리고 있었습니다.

나는 끝내
당신의 마음이 변한 이유를
내 안에서 찾으려 애썼습니다.
그게 아니라면,
도대체 왜 이런 결말을 맞게 되었는지
도무지 설명할 길이 없었으니까요.

상대방을 탓하지 않기 위한 자기합리화

나는 널 미워하지 않으려고
내가 나쁜 사람인 척했습니다.
내가 부족했기 때문에,
내가 모자랐기 때문에
너는 떠날 수밖에 없었다고
스스로를 설득하며 마음을 다독였습니다.

그러지 않으면
당신을 원망하게 될까 봐,
끝내 사랑했던 그 마음마저 더럽혀질까 봐.
나는 모든 잘못을 내 쪽에 몰아넣었습니다.

사랑했던 사람을 미워하는 것보단
자기 자신을 책망하는 편이
덜 아플 거라 믿었던 거죠.

하지만 시간이 지나고 나서야,
그건 온전히 나 혼자 지고 갈 몫이 아니었다는 걸
조금씩 알아가게 되었습니다.

이제야 말할 수 있는 진심

이제는 말할 수 있어요.
그 모든 게 내 탓만은 아니었다고.
우리의 어긋남은
나 혼자 만든 그림자가 아니었다고.

그토록 나를 힘들게 한 그 감정은
결국 나 하나의 문제가 아니라
우리 사이에 있었던 수많은 균열들의 총합이었다는 것을.
나는 너무 오래,
내 자신만을 벌주며 살아왔습니다.

하지만 이별은,
누군가 하나만의 잘못으로 오지 않는다는 걸
조금씩 배우고 있습니다.
사랑도, 이별도
서로의 몫이었다는 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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