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부] 쌓여가는 감정의 무게

쌓여가는 감정의 무게

꺼내지 못한 말들, 쌓여가는 마음들

사랑하는 사람과의 관계가 끝을 향해 간다는 걸
알고 있으면서도,
나는 끝내 내 감정을 꺼내놓지 못했습니다.
애써 괜찮은 척했고,
마음이 무너지는 순간에도
입꼬리를 올려 보이려 애썼습니다.

“말하면 상처가 될까 봐.”
“말해봤자 소용없을까 봐.”
“이러다 다시 괜찮아질 수도 있으니까.”

수없이 자신을 달래며
말하지 않은 말들이 마음속에 차곡차곡 쌓였습니다.
그건 서운함이기도 했고,
바라는 마음이기도 했으며,
끝내 받아들여야 할 두려움이기도 했습니다.

감정의 무게는 말보다 무겁다

말이란 건,
입 밖으로 나올 때 그 무게를 나눌 수 있지만,
감정은 꺼내지 않을수록
혼자만의 짐이 되어버립니다.

나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지만,
그 침묵 속에서
내 마음은 점점 무너져 내리고 있었습니다.

당신의 무관심에 상처받았고,
당신의 짧은 한숨에도 의미를 부여하며
내가 덜 사랑받는 사람이라는 생각에
스스로를 가두고 있었습니다.

감정은 나누지 않으면 깊어지고,
깊어지면 무거워지고,
무거워지면 결국 나를 짓누릅니다.
그 무게가 하루하루 커져갈수록
나는 나 자신조차 놓아버릴 것 같은
두려움에 사로잡히곤 했습니다.

터지지 못한 감정은 조용히 곪아간다

한 번쯤 당신에게
“나 너무 힘들어.”
“이렇게는 못 버티겠어.”
라고 말하고 싶었습니다.
하지만 당신은 내 마음을 묻지 않았고,
나는 그것을 핑계 삼아 끝내 말하지 않았습니다.

감정은 말이 없다고 해서 사라지는 게 아니었습니다.
속에서 곪았고, 조용히 내 마음을 갉아먹었습니다.
당신 앞에서 아무렇지 않은 척 웃을 때마다
나는 내 감정 하나를 또 억눌렀고,
그 억눌림은 결국 사랑을 지키기 위한 힘마저
점점 앗아가 버렸습니다.

무너지기 직전, 나는 조용히 울고 있었다

어느 날,
아무 일도 아닌 순간에 눈물이 쏟아졌습니다.
당신이 무심코 외면한 내 말 한마디에,
혹은 내민 손을 당신이 받지 않은 그 짧은 순간에.

그건 단지 그 날의 일이 아니었습니다.
수없이 쌓여온 감정이
한순간에 무너져 내린 결과였습니다.

내가 울고 있다는 걸 당신은 몰랐겠죠.
나는 늘 그랬듯, 조용히 눈물을 삼켰고
그 무게를 혼자 감당하며
하루를 또 살아냈습니다.

이별은
언제나 한순간에 찾아오는 것이 아닙니다.
그건 작은 감정의 조각들이
쌓이고, 묻히고, 무거워지다가
결국 더는 감당할 수 없는 무게가 되었을 때
비로소 무너지는 것임을
나는 당신과의 끝에서 배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