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부] 작은 다툼의 씨앗

 

작은 다툼의 씨앗

처음엔 정말 사소한 일이었다

우리의 싸움은 언제나 조용히 시작되었습니다.
거창한 이유도 없었고, 누가 더 상처받았는지를 따지는 일도 없었습니다.
대부분은 정말 아무것도 아닌 이야기였어요.
“왜 이제서야 연락했어?”
“오늘따라 좀 예민하네.”
“그 말, 꼭 그렇게 해야 했어?”

이런 사소한 말들이
조금씩, 천천히, 그러나 깊게 마음에 스며들었습니다.

그때는 몰랐어요.
그게 바로 다툼의 씨앗이었음을.
서로를 너무 잘 안다고 믿었던 우리에게
그 작은 다툼이 이렇게도 큰 틈이 될 줄은 몰랐습니다.

우리가 놓치고 있던 마음

처음엔 서로의 다름을 이해하려 했어요.
“오늘 기분이 안 좋았겠지.”
“내가 조금만 더 참으면 되겠지.”
그런 마음으로 한 번, 두 번 넘기며
애써 불편함을 묻어뒀죠.

하지만 그 불편함은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마음 한구석에 쌓여만 갔습니다.
그리고 그 작은 감정들이
어느 날 문득, 견디기 힘든 무게가 되어 돌아왔죠.

너는 내게 서운함을 말했고,
나는 그 말조차도 공격처럼 느꼈어요.
사실은 나도 똑같이 지치고 있었는데,
그걸 표현하는 방법이 서로 달랐을 뿐이었습니다.

우리는 서로를 이해하기보다
자신의 감정에만 몰두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그때부터,
우리가 놓치고 있는 게 무엇인지조차 잊게 되었죠.

우리는 언제부터 ‘이기려고’ 했을까

사랑은 서로를 이기려는 감정에서 멀리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하지만 우리는 언제부터인가
“네가 틀렸어.”
“왜 내가 항상 미안해야 해?”
“내가 더 많이 참았어.”
이런 말들로 서로를 밀어내고 있었어요.

우리는 같은 방향을 보던 연인이 아니라,
서로를 향해 날을 세우는 논쟁자가 되어가고 있었습니다.

이기고 지는 게 중요한 게 아니었는데,
정작 우리가 지켜야 할 감정은
이미 어디론가 사라지고 있었던 거예요.

그 작은 말 한마디를
“괜찮아, 내가 미안해.”라고 감싸줄 수 있었다면,
아마 우리의 끝은 조금 더 늦게 왔을지도 몰라요.

결국, 그건 다정함이 사라진 순간이었다

이별을 떠올리면
대개는 마지막 대화를 기억하게 되지만,
나는 그보다 먼저
우리 사이에서 ‘다정함’이 사라진 순간을 떠올려요.

그건 아주 작은 다툼 이후였어요.
예전이라면 내가 먼저 다가가
장난처럼 너를 안았을 텐데,
그날은 그냥 등 돌리고 누웠어요.

그것이 얼마나 큰 시작이었는지,
나는 뒤늦게 깨달았습니다.
서운함을 안아주던 손길이 사라지고,
눈을 바라보며 웃던 입꼬리가 무거워지고,
사소한 다툼이 진심을 삼키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우리는 점점 사랑하는 방법을 잃어갔어요.

그리고 결국엔
서로를 상처내는 방법만 남게 되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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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툼의 씨앗은 늘 작습니다.
그렇기에 더 쉽게 지나치고, 더 쉽게 무시하죠.
하지만 진짜 이별은
그 작고 사소한 것들로부터 시작됩니다.

우리가 서로를 잃게 된 것도
한 번의 큰 사건이 아니라
수많은 ‘작은 순간’이 모여 만들어낸 결과였던 거예요.

나는 이제 압니다.
그 사소함이야말로,
가장 먼저 지켜야 했던 감정이었다는 것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