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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별(에세이)

1부. 사랑은 왜 끝나는 걸까

by 이별나그네 2025. 5.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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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장. 끝을 말하던 순간

 

이별은 언제나 말보다 눈빛이 먼저였다.
말을 꺼내기도 전에, 우리는 이미 알고 있었다.
더는 이어갈 수 없다는 것을, 끝이라는 단어가 이미 마음속에서 자라났다는 것을.

그날, 너는 평소보다 조금 늦게 나왔고
나는 그것이 어떤 예고인 줄도 모르고 괜히 웃으며 너를 맞았다.
커피잔을 사이에 두고 앉아 있는 동안, 우리 둘 사이에는 이상하리만큼 말이 없었다.
익숙함 속에 느껴지는 낯섦.
그 고요 속에서 나는 점점 말이 줄어들었고, 너는 점점 눈을 피했다.

우리그만하자.”

한참을 지나 네가 입을 열었을 때, 그 한 문장은 마치 겨울처럼 날카로웠다.
그 순간, 나는 세상이 조용해지는 걸 느꼈다.
커피향도, 사람들의 웃음소리도, 시간의 흐름조차 멈춘 것 같았다.
그 짧은 문장에 담긴 모든 결정, 모든 아픔, 모든 기억이 내 가슴에 무너져 내렸다.

나는 묻지 않았다. 왜냐고, 무슨 일 있었냐고, 다시 생각해보자고.
그날의 너는 이미 이별을 다짐한 눈을 하고 있었으니까.
붙잡지 못할 사랑은 아름답게 보내야 한다는 말이 머릿속을 맴돌았지만
내 마음은 그만큼의 성숙함을 가지지 못했다.

말 없이 고개를 끄덕이며,
나는 내 안에 수많은 말들을 삼켰다.
하고 싶던 말들이 목구멍에 맺혀 숨이 막혔지만
이제 그 말들은 의미가 없다는 걸,
너의 결심은 이미 내 손이 닿지 않는 곳에 있다는 걸 알아버렸다.

그날 이후, 나는 수없이 그 순간을 되새긴다.
어쩌면 우리가 조금만 더 진심을 말했더라면,
서로를 이해하려고 애썼더라면,
끝이라는 단어 대신 함께라는 말을 꺼냈을지도 모른다는 아쉬움으로.

하지만 이별이란 언제나 그렇게 다가오는 것 같다.
조금씩 무뎌지다가, 어느 날 갑자기, 아주 단호하게.
우리의 사랑도 그렇게 끝났다.
슬픈 건, 우리가 사랑하지 않아서가 아니라
사랑만으로는 모든 걸 지킬 수 없었다는 사실이었다.

그날 이후, 나는 매일 을 되새기며 살아간다.
그러면서도 어딘가에서는
그 끝이, 우리 사랑의 마지막 페이지가 아닌
한 장의 여운이 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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