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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은 참 이상해.
흐린 날의 하늘처럼 스치고 지나갈 줄 알았는데,
어떤 건
해가 바뀌고 계절이 몇 번을 지나도
그 자리에 그대로 남아 있더라.
특히 너와 함께했던 장면들은
불쑥, 아무렇지 않은 날에 찾아와
내 마음 한쪽을 조용히 두드려.
오래된 카페의 의자,
너와 마지막으로 마주 앉았던 자리.
그 앞을 스쳐 지나갈 때면
여전히 그 자리에 네가 앉아 있는 것 같아.
같이 듣던 노래가 거리에서 흘러나오면
멈춰 선 발끝에
너의 웃음소리가 따라와.
나는 그저 숨을 고르고,
작게 미소 짓는 수밖에 없어.
기억은 지우는 게 아니더라.
애써 지우려 할수록
더 선명해지는 게 기억이었고,
결국 그 기억 속에서
나는 나를 다시 만나게 되었어.
너와의 날들은
사라진 것이 아니라
내 삶의 어떤 조각이 되어
지금도 나를 구성하고 있어.
그걸 받아들이는 데
많은 시간이 필요했어.
처음엔 모든 게 고통이었지만
지금은 알아.
그 기억이 있었기에
나는 더 깊이 사랑할 수 있었고,
더 진하게 슬퍼할 수 있었고,
그래서 더 단단해질 수 있었다는 걸.
이젠 기억이
더는 아픔만은 아니야.
그건 나의 일부이고,
내가 지나온 길을 증명해주는 조용한 증거야.
사람은 누구나
기억을 안고 살아가는 존재야.
그게 때로는 삶을 버겁게 하지만,
또 때로는
우리를 다시 일으켜 세우기도 하지.
그래서 나는 오늘도
너와의 기억을 안은 채
조용히 하루를 살아가.
그리움도, 미련도, 따뜻함도 함께.
왜냐하면
어떤 기억은
계절보다 오래 남는 법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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