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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부. 함께 있어도 외로웠다

[1부] ‘우리’라는 단어가 낯설어진다

by 이별나그네 2025. 6. 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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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라는 단어가 낯설어진다

함께였던 모든 순간을 가리키던 말

우리는, 라는 말은
늘 나와 당신을 하나로 묶어주던 마법 같은 단어였습니다.
“우리 영화 보러 갈까?”
“우리 좋아하던 노래다.”
“우리 집 앞에 벚꽃이 폈더라.”
그 안엔 둘만의 추억이 담겨 있었고,
우리라는 말이 가진 따뜻한 울림이
삶의 많은 장면을 특별하게 만들어주었습니다.

하지만 이제, 그 말이 낯설어졌습니다.
'우리'였던 시간은
지금의 '나'와는 전혀 다른 세계에 놓인 것처럼
멀고 어색한 기억이 되었습니다.

입 밖에 낼 수 없게 된 말

누군가와 대화하다
무심코 “우리…”라는 말을 꺼낼 때가 있습니다.
그때마다 나는 말끝을 흐립니다.
입속에서만 맴돌다 사라지는 말.
더 이상 ‘우리’라고 부를 사람이 없다는 사실에
스스로가 민망해지고,
내 입에 남은 그 단어의 따뜻함이
이제는 나 혼자만의 상처가 되었다는 걸 느낍니다.

예전엔 그렇게 자연스럽고,
당연하게 썼던 말이었는데요.
이젠 그 단어 하나에도
수많은 감정이 뒤섞입니다.
그리움과 서운함, 미련과 후회,
그리고 아주 조금의 단념.

나는 아직도 과거형 속에 머물러 있다

당신은 아마 ‘우리’라는 말을
더는 쓰지 않겠지요.
새로운 사람과 새로운 이야기를 써 내려갈 테고,
그 이야기 속에 들어가는 ‘우리’는
더 이상 내가 아닐 테니까요.

하지만 나는 아직,
그 과거형의 ‘우리’ 속에 머물러 있습니다.
그 말이 품고 있던 웃음과 다정함,
투정과 눈물, 손끝의 떨림까지
모두 떠올라
그 말을 들을 때마다 마음이 저려 옵니다.

‘우리’라는 말이 이렇게도 아픈 단어가 될 줄,
그땐 몰랐습니다.

다시 ‘우리’라 부를 수 있는 날까지

지금은 아직,
누군가와 다시 ‘우리’라 부르기엔
마음이 준비되지 않았습니다.
누구와 걷든, 어디를 가든
그 말이 자꾸만 과거로 이어지니까요.

하지만 언젠가,
이 낯설어진 단어가
다시 익숙해지는 날이 오겠죠.

그땐 다시 ‘우리’라 부를 수 있기를,
두 사람이 함께 걸어가는 길 위에서
다정하게 손을 잡으며
주저 없이 말할 수 있기를 바랍니다.

지금은 다만,
이 조용한 이별의 여운 속에서
그 단어를 천천히 놓아주는 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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