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이름을 부를 수 없는 날들
당신의 이름은 내 입술 끝에 자주 머뭅니다.
하지만 이제는 부를 수 없습니다.
누구에게 말하듯, 아니면 혼잣말처럼 불러도
그 이름은 더 이상 내 것이 아니라는 걸
이젠 알기 때문입니다.
당신의 이름 석 자는 내 가슴에서 여전히 울립니다.
누군가 같은 이름을 스쳐 말하면
순간 숨이 멎는 것처럼 심장이 아프고,
그 이름이 들리지 않는 순간에도
내 기억 속 어딘가에서는 계속 울리고 있죠.
그 시절, 당신을 부르던 나의 목소리는
가장 따뜻했고,
가장 진심이었습니다.
어떤 날은 짓궂게,
어떤 날은 떨리게,
어떤 날은 애원하듯이
그 이름을 수없이 불렀습니다.
이제 나는 그 이름을
속으로 삼키는 법을 배웠습니다.
입 밖으로 새어나오지 않도록
단단히 묶어두는 법을 익혔습니다.
그래야 내가 무너지지 않으니까요.
어떤 날은 문득,
누군가에게 당신을 이야기하고 싶은 충동이 일어납니다.
우리가 나눈 계절들,
그 따스했던 한때를
누구에게라도 들려주고 싶을 만큼
아름다웠던 기억이니까요.
하지만 말하지 않습니다.
왜냐하면 그 이름을 꺼내는 순간
나는 다시 당신을 떠올리게 되고,
그리움이 목 끝까지 차오르니까요.
그리고 나는 알죠.
그리움은 다시 나를
이별의 처음으로 데려가 버릴 테니까요.
그 이름은, 이제는 내가 부를 수 없는 이름.
누군가의 연인이 되었을지도 모르는,
어느 거리에서 다른 사람과 웃고 있을지도 모르는
그 사람의 이름.
나는 그 이름을 마음속에만 남겨두기로 했습니다.
한때 내가 가장 많이 불렀던 이름,
가장 사랑했던 이름.
이제는 불러서는 안 될,
그래서 더 아픈 그 이름.
그리고 그 이름을 부를 수 없는 날들 속에서
나는 조금씩
당신 없이도 살아가는 법을 배우고 있습니다.
말하지 않지만,
잊지는 않았습니다.
그 이름으로 나를 따뜻하게 불러주던 당신을.
그 시절을.
그 사랑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