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도 계절처럼 지나간다

 

 

처음엔 몰랐습니다.
사랑도 계절이라는 것을.
만나던 그 날, 당신은 봄처럼 다가왔습니다.
차가운 내 마음을 어루만지고,
오래 닫혀 있던 창문을 열어
햇살을 들이듯 내 삶에 들어왔죠.

그날의 공기, 그날의 하늘,
그날의 당신의 미소.
모든 것이 선명하게 남아 있습니다.
꽃이 피듯, 내 마음도 서서히 피어났습니다.
그렇게 우리는 서로의 계절이 되어갔습니다.

여름은 뜨거웠습니다.
당신을 사랑하는 마음이 깊어질수록
욕심도 커졌습니다.
매일을 함께 하고 싶었고,
더 많이 알고 싶었고,
더 가까워지고 싶었습니다.

그러나 여름의 열기는 때때로
우리의 마음을 지치게 했습니다.
작은 말이 큰 상처가 되고,
질투와 오해가 무더위처럼
우리 사이를 휘감았습니다.
그래도 우리는 사랑이란 그늘 아래서
서로를 놓지 않았죠.

가을이 오고 말았습니다.
황금빛으로 물든 나뭇잎처럼,
우리의 사랑도 서서히 빛을 잃었습니다.
무언가 끝이 다가오고 있음을
우리는 서로 느꼈습니다.
말하지 않아도 알 수 있던 것들,
말로 꺼내는 순간 더 아파지는 것들.
그래서 우리는 침묵했고,
그 침묵이 이별이란 단어보다 더 아팠습니다.

겨울이 오고, 당신은 떠났습니다.
아무 말 없이, 아니,
당신답게 마지막까지 조용히.
함께 걸었던 길엔 발자국이 남지 않았고,
내 마음엔 눈처럼 고요한 슬픔만이 쌓여갔습니다.

긴 겨울이었습니다.
당신 없는 계절이 이토록 길고 차가울 줄 몰랐습니다.
사소한 말투, 손끝의 온기,
당신과의 모든 장면이
마음 한가운데서 눈송이처럼 흩날렸습니다.

나는 그 계절을 견뎠습니다.
다시는 봄이 오지 않을 것 같았지만
그래도 하루하루를 살아냈습니다.
때로는 울고,
때로는 그냥 견디고,
때로는 애써 웃으며.

그리고 어느 날,
봄이 왔습니다.
완전히 같은 봄은 아니었지만
조금은 익숙한 따뜻함이 다시 스며들었습니다.

사랑은 그렇게
우리 삶을 지나가는 계절이었습니다.
머무는 듯하지만 떠나고,
아름답지만 아프고,
영원할 것 같지만 결국엔 지나갑니다.

나는 이제 압니다.
당신과의 사랑은 내 삶의
가장 찬란한 계절이었음을.
그리고 그 계절이 있었기에
나는 지금 이 계절을
조금 더 단단하게 살아갈 수 있음을.

사랑도 계절처럼 지나가지만,
그 기억은 내 마음속에
언제나 같은 빛으로 남습니다.

그래서, 고마웠습니다.
그 계절 속의 당신.
그리고, 안녕.
또다른 봄이 오기까지.